* 본 리뷰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 결말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 예정인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기본 정보
- 제목: 콘클라베 (Conclave)
- 감독: 에드워드 버거 (Edward Berger)
- 장르: 정치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
- 주요 출연진: 랄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 상영 시간: 120분
- 원작: 로버트 해리스의 2016년 동명 소설
- 기타 정보: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BAFTA) 최우수 작품상 수상, 아카데미 최우수 각색상 수상, 골든 글로브 시상식 최우수 각본상 수상
- 로그라인: 로렌스 추기경은 새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스럽고 오래된 임무를 맡게 되고, 가톨릭 교회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음모의 중심에 서게 된다.
줄거리
교황의 갑작스러운 서거 이후,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스러운 선거 제도인 ‘콘클라베(Conclave)’가 시작된다. 로렌스 추기경(랄프 파인즈)은 단장으로서 선거를 진행하게 된다. 추기경들이 바티칸에 모여 선거를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카불에서 온 정체불명의 추기경까지 합류하며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된다. 유력 교황 후보가 드러날수록 그들의 과거와 부패, 위선이 하나씩 밝혀진다. 성추문, 권력형 비리, 종교적 극단주의 등 치명적인 문제들이 드러나며 차기 교황 선출은 번번이 실패한다. 로렌스 추기경은 투표가 진행될수록 깊은 내면의 갈등에 빠진다. 신의 뜻과 인간의 욕망이 얽힌 교황선거는 종교회의가 아닌 정치적 대립에 가깝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가 예상치 못한 결말이 찾아온다.
리뷰
'콘클라베'는 과반수를 얻은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진행되는 비밀스러운 투표 제도이다. 추기경들은 외부와 차단된 된 채 바티칸 안에 갇혀 하루 종일 투표하고, 싸우고, 서로 비밀을 폭로한다.
영화는 유력한 교황후보들이 한 명씩 등장하고, 이내 그들의 비밀이 밝혀지며 지지를 잃게 되는 내용이 반복된다. 계속 반복되는 내용에서도 긴장감 있게 전개를 이끄는 인물은 로렌스 추기경이다. 로렌스는 믿음보다는 의심을 가까이하는 인물이다. 콘클라베를 진행하며 추기경들이 진짜 교황감인지 감옥감인지 가려내는데 몰두한다. 관객은 그의 시점에서 교황선출 과정을 을 함께 지켜보게 된다.
성당에 모인 추기경들은 겉으로는 다 같은 믿음을 가진 자들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념차이가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보편적 인권을 지지하며 새로운 시대의 교회를 꿈꾼다. 반면 일부는 로마 제국 시절로 회귀한 봉건적이고 보수적인 전통을 고수한다. 민족, 인종, 국적에 따라 같은 배경을 지닌 이들이 함께 뭉쳐 행동하며 권력의 흐름을 형성한다.
'그래서 결국 교황은 누가 되는 건데?' 싶은 순간, 갑작스러운 폭발 사고로 투표가 진행되는 성당의 창문의 깨진다. 콘클라베는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채 진행되기에 추기경들은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다. 이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종교 갈등, 테러를 상징하는 장치로 외부 현실과 단절된 채 '신의 뜻'을 논하는 이들에 대한 신의 경고로 읽힌다.
영화의 마지막, 결국 이러한 현실을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 교황으로 선출된다. 로렌스 추기경은 영화 내내 어둡고 답답한 공간에 갇혀있었다. 차기 교황이 선출된 뒤에야 창문을 통해 밝은 빛과 수녀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 내내 비밀에 싸여 있던 베니테스 추기경의 정체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품고 있다. 그의 존재는 단순 반전 요소를 넘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현실과 제도의 모순,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유력 교황 후보로 나오는 인물들은 각종 범죄, 비리에 연루되어 있고, 이는 실제 가톨릭 교회의 수많은 추문, 논란을 반영한다. 콘클라베는 전통적인 종교영화들과 달리, 신의 이름 아래 벌어지는 탐욕과 위선을 직시한다. 영화는 종교 권력의 위선과 부조리, 여성을 향한 구조적 배제, 억압된 정체성 등 다층적 메시지를 깊이 있게 다룬다. 에드워드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본질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부장제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해 주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 '도대체 교황선거가 뭐라고 저렇게 까지 하지 '싶은 의문은, 결국 이 영화가 던지는 가장 강력한 풍자이자 질문으로 귀결된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관심이 생긴다면, 한 번쯤 봐도 좋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