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 예정인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기본정보
- 제목 : 스틸라이프 (Still Life)
- 감독 :지아장커
- 장르 : 드라마
- 주요 출연진 : 한사밍, 자오타오, 저우란
- 상영 시간 : 111분
- 기타 정보 : 2006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 로그라인 : 중국 샤 지역의 도시가 댐 건설로 침수되기 전, 두 인물이 각각 잃어버린 배우자를 찾아 나서며 변화하는 사회의 단면을 목격한다.
줄거리
영화는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사람들은 담배도 피우며 서로 대화를 나눈다. 광부인 산밍은 16년 전 떠나간 아내와 딸을 찾기 위해 그 배를 타고 산샤로 온다. 아내가 써놓고 간 주소를 찾아가지만 그곳은 홍수가 나서 이미 잠겨 버렸다. 그는 처남을 찾아가지만 역시 아내와 딸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산밍은 산샤의 신도시개발 지역에서 건물을 부수는 일을 하게 되며 틈틈이 자신의 부인을 찾아다닌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셴홍은 2년째 소식이 끊긴 남편을 찾아 역시 산샤로 찾아온다. 그녀는 남편이 일하던 공장에서 자신이 오래전에 보냈던 차(茶)가 낡은 사물함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것을 발견한다. 남편의 친구를 통해 남편을 만나게 된 그녀는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을 붙잡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며 거짓말을 하고는 이혼을 제안한다. 그녀는 남편과의 관계를 끝내고 산샤를 떠난다.
한편 산밍은 겨우 아내를 찾지만, 아내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함을 알게 된다. 그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 광부 일을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영화는 그가 다시 산샤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폐건물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인물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리뷰
'스틸라이프'는 중국의 6세대 영화감독 중 한 명인 지아장커의 작품이다. 6세대 영화감독들은 중국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비판 정신을 가지고 영화를 제작한다. 중국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독립적인 영화들을 제작하며 세계에 중국의 영화를 알리고 있다.
이 영화는 산샤라는 지역과 그 지역민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2천 년 된 도시를 2년 만에 헐고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산샤는 오랜 역사와 중국 화폐 10위안에 새겨질 정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댐 건설로 인해 곧 수몰될 예정이며, 긴 역사를 가진 장소들은 아주 빠르게 부서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쫓겨나게 된다. 나라의 성장과 도시화란 이름 아래 산샤라는 지역이 침몰하고 있다.
영화는 담배, 술, 차(茶), 사탕이라는 네 개의 소제목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네 가지 물건들은 인물들의 삶을 상징한다. 광부 산밍의 손에는 항상 담배가 들려있다. 그는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담배를 권하며 관계를 시작한다. 친하게 지냈던 마크의 죽음 앞에서도, 말없이 담배만을 건넨다. 아마도 그가 가장 쉽게, 유일하게 남에게 건넬 수 있는 것은 담배인 것 같다.
술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처음 만난 처남에게는 술을 선물하고, 동료들과 술을 나눠 먹으며 즐거워한다.
차는 셴홍이 남편에게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남편은 차를 개봉하지도 않고 창고 사물함에 넣어놓았다. 그는 다른 여자와의 만남을 시작했다. 이에 셴홍은 자신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짓말을 하며 이혼을 요구하고 떠날 뿐이다.
사탕은 마크가 산밍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그리고 산밍은 자신의 부인과 사탕을 나눠 는다. 그들은 이런 소박한 방법으로 서로를 기억한다.
영화의 마지막, 산밍은 외줄을 타는 사람을 보게 된다. 외줄을 타는 모습이 산밍과 닮아있다. 안전장치 없이 줄 하나에 의지하여 나아간다. 천천히 느리게,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버티며 한 걸음씩 전진한다.
영화를 보며 산밍이 왜 16년 만에야 아내와 딸을 찾아 나섰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산밍과 마크가 추억을 얘기하며 즐거워하는 장면을 보고 조금 이해됐다. 그들은 과거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빠르게 성장하며 급변하는 세상에서, 그는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다. 사라져 버린 과거가 그립고 더 현실적이다. 그래서 그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셴홍도 왜 2년 동안 남편과 연락이 끊긴 채로 살았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녀는 이미 남편이 바람이 난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가 2년 동안 남편을 믿고 기다렸다기보다는 남편과의 관계를 끝내고 새로운 출발을 결심할 용기를 내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인물이 산밍에서 셴홍으로 바뀌는 장면에서 어떤 비행물체가 날아오른다. 또 셴홍이 옷걸이에 옷을 거는 장면에선 뒤에 있던 건물이 로켓처럼 갑자기 날아간다. 굉장히 사실적인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비현실적인 장면들이다.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현실과 비현실이 구분 없다는 말일까 싶었다.